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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강과 도시락2 (칼럼)
등록일 2018-12-18 조회 1160



도시락과 건강(2)


먹으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동료들과 같이 먹는 거라서 어쩔 수 없었어요.”


치료 중에 금기할 음식을 알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금기음식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가장 흔하게 듣는 환자의 대답이다. 이런 경우 필자는 다시 한번 되물어 본다.


금기 음식을 먹은 후에 몸에 별다른 반응은 없던가요?”


대답은 대부분 속이 불편하고 증상이 나빠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필자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먹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지키지 못했냐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서 필자에게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당하는 환자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환자에 따라 금기음식이나 첨가물로 범벅이 된 면역과 해독 기능을 힘들게 하는 음식을 중단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고 있자면 필자 역시 안타깝다.


안타까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같이 먹은 동료들은 건강하지만 님은 면역과 건강의 이상으로 치료받는 환자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옛말에 뱁새가 황새 따라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죠? 본인이 음식을 선택하기가 힘들면 당분간 도시락을 싸도록 하세요.”


직장문화의 특징 중에서 유교문화의 전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사이는 많이들 달라졌다고 하지만  개성이나 돌출행동을 하기 힘들거나 스스로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점심시간에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체 의식이나 동료들 간의 동질감 등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그것도 모두 건강할 때 이야기다. 건강과 면역에 문제가 있고 특정 음식 재료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엄격하게 구별하여야 하는 것이다.


획일화되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또한 스스로 그러한 주장을 꺼리게 되는 문화 속에서 필연적으로 희생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캐나다에 이민 간 적이 있다. 당시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둘째는 유치원에 가게 되었는데 필자의 관심을 유독 끈 부분은 도시락이었다.


등교 전에 아이가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부모의 서명과 함께 제출하고 도시락을 가지고 등교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견 생각해보면 캐나다와 같이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당연시되는 학교급식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잠시 당황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러한 정책들이 이해가 되었다.


캐나다는 유럽 전통의 백인들, 한국인 중국인 이란인, 인도인, 베트남인, 소련과 동구권의 이민자들 등등으로 구성된 인종의 용광로와 같은 사회이다. , 종교와 문화에 따라 먹는 음식과 금기 음식이 천차만별이다. 참고로 힌두교도들은 신성시하는 소고기를,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또한 유대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은 자신들의 율법에 따라 처리된 음식만 식용이 가능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지만 선진국일수록 음식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사회에서 학교급식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육청에 공식적으로 질문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지방의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에 포함된 유제품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아이가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문제는 학기 초에 아이의 부모가 학교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부주의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나쁜 음식,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 알레르기 음식들의 위험성에 대해서 아직까지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보인다.


필자는 토론토 한인 밀집 지역에서 한의원을 경영할 때 점심시간이 되면  필자는 직장인이 아니니 당연히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빨리 점심을 먹고 지하철역 인근의 큰 빌딩 푸드코트에서 휴식을 취하곤 하였다. 그 푸드코트는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고 매우 쾌적하였기 때문에 늘 시간이 나면 이용하곤 하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조용하던 푸드코트가 갑자기 시끌벅적해지는데 대부분 개인적으로 모여든다. 우리처럼 5-6명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당수가 도시락 가방을 들고 오고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음식을 사서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잡담하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가 가져온 음식을 단지 같은 테이블에서 먹는 것이니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현상을 서양의 개인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건강과 면역의 관점에서는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아니 아주 권장할 만한 문화로 필자의 눈에는 보였다.


호기심에 가끔 곁눈질로 도시락 속의 내용물을 훔쳐보기도 하였는데 중국 사람처럼 보이면 중국음식, 인도인처럼 보이면 인도 음식, 야채만 먹는 채식주의자, 등등 음식만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대강 짐작이 갈 정도였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일상처럼 되어있으니 사회에 나가서도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 당연할 것이다.


캐나다는 종교와 문화의 이질성으로 도시락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했다면 필자는 건강의 관점에서 도시락 싸기를 적극 지지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였다고들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 같은 나라와는 아직 현격한 격차가 있다.


직장과 학교의 급식, 수많은 프랜차이즈 외식산업, 넘쳐나는 식당들의 음식이 엄마나 아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도시락을 따라 올 수는 없다. 

옛말에 "먹는 곳에서 정이 피어난다"는 말이 있다. 가족을 위해서 정성껏 음식을 싸고 또 그 음식을 소중하게 먹으며 먹고 난 뒤에 다음에는 어떤 음식을 줄이고 더 준비할까 하는 생각과 대화 속에서 가족들 간에 현대에서 부족한 대화와 소통의 시간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한 끼 점심을 해결하도록 아이들에게 주는 만원 이만 원 등 금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돈 만 주고 아이가 밖에서 무슨 음식을 먹는지 알지 못하고 그걸로 부모의 역할 다했다거나 건강이 지켜질 수 있다고 혹시 생각한다면 정말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도시락 싸기 애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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